물오른 ‘물산업’ 국내 정체…왜?
물오른 ‘물산업’ 국내 정체…왜?
  • 물산업신문
  • 승인 2018.06.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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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선생님이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온다고 했을 때 다들 웃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시대가 왔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가 곧잘 회고하는 내용이다. 공장과 발전소 폐수와 연기로 한강이 오염되기 전에는 ‘생수’라는 말조차 없었다. 지금은 하루 수백 만원의 전기료를 내고 퍼 올리는 청계천 물조차 생수였기 때문이다.  

‘물산업’이 환경 변화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다. 상수도 사업, 해수 담수화 사업, 수처리 필터 등이 물 산업의 대표 주자다. 즉, 물산업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산업이다. 정부는 물산업을 상하수도 정책 중 하나로 다룬다. 특히 환경부는 2017년 업무보고에서 물산업을 친환경차, 생물산업, 기상산업과 함께 4대 환경신산업으로 분류했다.  

환경부는 2017년에 물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27억원,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649억원을 배정했다. 상수도 정책 5287억원 예산 중 12.7%를 여기에 쓰고 있다. 2016년 12월 환경부는 ‘스마트 물산업’ 육성을 위해 물산업기술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여기엔 환경부,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인천시,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 제주도, 환경공단.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상하수도협회 등 13개 기관이 참여한다. 우수 물산업 기술과 제품을 공동으로 발굴해,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구매와 홍보를 통해 국내 물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다.  

세계 물시장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국내 물시장은 인프라 미비로 정체상태라는 평가다. 글로벌워터마켓(GWM) 2017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은 2016년에 7139억 달러로 연평균 3%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2017년 7384억 달러를 기록하고 2019년 8000억 달러, 2020년 8341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투자 전망은 그래서 밝다. OECD가 발간한 2030년 사회기반시설 전망에 따르면 2010~2030년 물 분야에 대한 투자는 10조 달러로 8조2000억 달러인 통신, 5조4000억 달러인 교통, 4조2000억 달러인 전기를 앞선다.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모습.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모습.

 


반면 국내 물시장은 내리막길이다. 환경부 물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물시장의 매출은 2013년 34조 8000억원에서 2015년 31조 4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물 시장 일자리 역시 2013년 12만8000명에서 2015년 12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물시장이 위축된 이유로는 △저수익 구조, △내수 의존 △기술력 미흡 등이 꼽힌다. 

낮은 상하수도 요금이 미흡한 재투자로 이어졌으며 내수시장 정체를 가져왔다. 내수시장에 안주해 수출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도 요인이며 물산업 기업 95%가 중소, 영세기업으로 글로벌 역량이 부족한 것도 한 예다. 게다가 고부가가치 핵심기술을 선진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나서고도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물산업기술발전협의회는 물 재이용, 스마트 인프라, 대체수자원, 물-에너지 연계 등 신시장을 창출하고 기술경쟁을 강화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실천하려면 물산업 진흥 근거 법률과 물산업 진흥 전담기관,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 요소다. 환경부는 2014년 기준 재이용, 담수화 등으로 총 9억4000톤에 불과한 대체수자원을 2030년에 27억톤까지 끌어올리고 2015년 현재 1조 6500억원에 불과한 물산업 수출액을 10조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물 관련 일자리도 2015년 기준 12만4000명에서 2030년 2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프라 확충은 이미 시작됐다 물산업 분야 세계 최대 인증기관과의 협약과 지방 상수도 현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환경부는 작년 11월11일 물산업 분야 세계 최대 인증기관인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인터내셔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NSF 인터내셔널은 물산업과 공중보건 분야의 최대 인증기관으로 미국환경보호국(EPA)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  

NSF 인증을 취득하면 안전성과 성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효과를 얻는다. 특히 북미 지역의 물산업 분야의 제품 인증, 기술 검증 등 기술규제와 수출 장벽을 넘기 위한 디딤돌이나 다름없다고 환경부는 보고 있다. 또한 지방 상수도 현대화에는 2017년부터 12년간 국고 1조 7880억원을 포함한 3조 962억원이 투입된다. 올해는 전국 군단위 지역 22곳을 대상으로 512억원의 정부 예산이 반영된 선도사업이 진행된다. 

 

현재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13억8600만km³이다. 이 중 97%가 바닷물이고,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3500만 km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70% 가량이 빙산, 빙하이기 때문에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류의 물 부족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지하수 이용, 인공강우, 해수 담수화 설비 등이 거론된다. 이 중 해수 담수플랜트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손꼽힌다.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 30년 이상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는 사우디, UAE,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총 28개 프로젝트로, 담수생산용량은 640만톤 규모다. 이들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물을 모두 합치면 하루 2200만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두산중공업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동 해수담수화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일부 업체에서 독점하던 담수설비 설계기술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축구장 크기 만한 담수 증발기를 창원공장에서 조립해 통째로 출하하는 원모듈 공법을 개발해 공기 단축과 품질 향상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2000년대 들어 중동 지역 담수플랜트를 거의 독점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42%, GWI 2015 기준 증발식 해수담수화)에 올라섰다. 2011년 다단효용방식(MED) 해수담수화 시장 진입에도 성공했다. 해수담수화는 다단증발방식(MSF), 다단효용방식(MED) 역삼투압방식(RO) 등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MSF와 RO 방식에서 이미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했고, 2011년 MED 해수담수화 플랜트 수주로 3대 방식의 담수기술과 실적을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한 기업이 됐다.  

세계 최대 규모 해수담수화 플랜트도 두산중공업이 현재 건설 중이다. 윤석원 두산중공업 Water BG장은 "해수담수화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처리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현재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는 시장을 북미, 중남미, 동아시아, 호주 등으로 다변화하는 한편, 21세기 블루골드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물(Water) 관련 토탈 솔루션 기업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수처리 필터 사업 진출 후 첫 대규모 프로젝트를 2015년 수주하며 글로벌 수처리 필터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집트 등 전세계 5개국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RO필터 단독공급 계약을 체결한 수주금액 규모는 총 800만 달러 규모다.

LG화학은 청주공장에서 생산한 해수담수화 RO필터 1만 7000여개를 2016년 말까지 공급하며, 2015년 10월30일 초도 제품을 출하했다. 해수담수화 RO필터 1만 7000개는 하루에 약 20만톤의 해수를 담수로 정수할 수 있는 규모로, 4인 가족 기준 약 15만 가구 이상이 사용 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LG화학은 2016년 6월 중동 오만 Sohar SWRO가 2017년까지 소하르 지역에 건설하는 해수담수화공장 역삼투압(RO) 필터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Sohar SWRO는 세계적인 해수담수화 플랜트업체인 스페인 발로리자 아구아가 대주주로 참여한 회사다. 

이번 계약에 따라 LG화학은 2017년 말까지 약 2만개 이상 해수담수화용 수처리 RO필터를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인데, 이는 하루 동안 25만톤의 담수를 약 80만명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수처리 사업 진출 후 산업용수용과 가정용 필터 제조기술까지 자체 개발에 성공했으며, 다수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고분자 합성 및 가공 기술과 나노복합물질 반응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 대비 역삼투압 성능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렸다. 해수담수화용 필터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염분 제거 성능(제거율 99.85%)을 구현해 냈다. 

LG화학은 약 400억원을 투자해 증설을 추진 중인 청주공장 2호라인을 2016년 말부터 본격 가동, 생산규모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전세계 수처리 RO필터 시장은 작년 1조 5000억원에서 2020년 2조 2000억원 규모로 연간 10% 이상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우디, UAE, 스페인, 싱가폴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추가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중동, 유럽 등 12개 국가에 구축한 글로벌 영업망을 향후 17개국으로 확장해 산업용수용, 해수담수화용, 가정용 등 수처리 전 분야에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미래 인류의 핵심 자원인 물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는 등 이 시장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확보했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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